nWoD가 oWoD(Old World of Darkness)와는 많이 다른 설정을 가지게 되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TRPG 시장과 연관해서 좀 더 깊숙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역 정모를 통해 모이기도 하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통신서비스를 통한 ORPG (online RPG)도 가능한 그 시절은 한국 TRPG의 중흥기였죠. D&D를 비롯한 많은 수의 TRPG 룰북들이 부분적으로 아마추어의 손에 번역되기도 한데다 유일한 한글 번역 룰북인 D&D가 출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게다가 이런 비약적인 TRPG 시장의 성장은 CRPG (Computer RPG)쪽의 시장이 지금보다는 훨씬 작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설치되면서 오순도순 하던 PC 통신세대는 인터넷으로 갈아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 컴퓨터 보급률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그 전까지는 일반 가정에서 잘 보기 힘들었던 컴퓨터가 모든 가정에 컴퓨터 한 대 정도는 있는 세상이 되었죠. 이런 폭발적인 컴퓨터 보급률을 바탕으로 CRPG를 포함한 게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대다수의 신규 RPG 유저가 어렵고 복잡한 TRPG 보다는 쉽고 빠른 진행이 가능하며 그래픽도 뛰어난 CRPG를 먼저 접하게 되었고 점차 TRPG라는 것이 잊히고 있었죠. 게다가 가까운 일본식 RPG가 한국 CRPG 시장을 장악해버려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단지 따라가는 것만이 바로 RPG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현재까지도 싱글 RPG는 그런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정해진 설정만 가지고 무한한 자유성이 보장된 TRPG와는 더욱더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죠.

그래서 PC통신이 한국에서 종말을 고한 00년대 이후에 새롭게 나온 nWoD는 한국에서 새로운 유저층은 존재하지 않고, 올드 유저들은 oWoD를 가지고 주로 이야기하니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없죠. 우연하게 WoD의 소문을 들은 새로운 유저층은 올드 유저들에게 oWoD를 전수받게 되는데다 요즘은 PC통신시절처럼 활발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룰북의 번역작업이 이루어지지도 않으니까요. 구글에서, 다음 카페에서, 네이버에서 nWoD를 번역한 글이 있는지 찾아보니 아주 예전에 번역되었던 '뱀파이어: 가장무도회'가 최신목록에 나오더군요. 90년대 초반 작품 번역이 최신목록에 있다는 것은 nWoD 부분 번역은 현재 한국 인터넷 시장에 전혀 없다고 봐야 하는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초로 한번 도전해볼까 한 것이 nWoD 중에서도 Mage: the Awakening 번역입니다. 계획은 작년부터 세웠지만 결국 올해 3월부터 제대로 번역하는군요. 제 작업이 한국 TRPG 시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어쨌거나 CCP 측에서 nWoD를 모태로 WOD MMORPG 게임을 만들 것 같은데 CCP면 온라인 게임 개발 부분에 있어서는 블리자드에 맞먹고 설정 부분도 WOD가 워크래프트를 상회한다고 보기 때문에 WOW를 능가하는 대작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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